왜 한국의 스타트업은 매출을 만들기 어려울까
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의 문규학 전 대표는 국내 전설적인 벤처투자자 중 하나로 꼽힙니다. 그는 2010년대 초반 한 언론기고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. "스타트업은 IR을 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아도 잘 될 것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" "벤처캐피탈은 피칭하는 스타트업이 거짓말하는 것을 압니다" "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아주고 투자를 합니다. (유의미하게) 성공 가능성이 있으면 말이죠" 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. 우연히 스타트업 IR자료를 접하고 볼 때마다 위 이야기를 떠올리곤 합니다. 특히 미래 실적전망 부분을 볼 때 그렇습니다. 대부분 IR자료는 예상 매출을 1~2년차 수억원대를 기록하다 3~4년차 수십억원대로 늘어나고 5~6년차 수백억원대, 그 다음 수천억원대로 확대되는 지표를 그립니다. 그리고 5년차부터 안정적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. 하지만 이걸 지키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. 지킨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일련의 이유로 팍 튀는 식이지 제이커브를 그리진 않습니다. 이쯤 되면 스타트업은 미래 실적전망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투자유치를 제안하고 벤처캐피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. 이것은 한 가지 유의미한 현상을 반영합니다. 국내 스타트업은 매출을 만드는 데 구조적으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. 극단적인 사례로는 뤼이드처럼 유니콘 반열에 올랐으나 장기간 연 매출 수십억원에 머무는 경우도 있죠.